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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 씨. 참을 수 없는 고통에도 삶은 이어진다.

by 읽고쓰는사람 2022. 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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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바이 더 씨 / 고통 속에서도 이어지는 삶.

맨체스터 바이 더 씨가 2016년작이라는 것에 놀랐다. 2022년이 된 지금에서야 이런 명작을 보다니.

오래 전부터 보고 싶었던 영화인데 이제서야 아마존 프라임에서 만날 수 있었다. 

뭐든지 억지로 노력하지 않아도 나와 인연이 될 영화들은 언젠가 이렇게 만난다. 물론 좀 더 일찍 봤다면 좋았겠지만 어떤 영화들은 내 삶의 어떤 순간에 불쑥 나타나기도 한다.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던 내가 어쩌다 임신이 되고 출산휴가를 가지게 된 것도 운명인 것이지.

 

 

주인공 리는 까칠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술집에서 사람들에게 시비를 걸기도 하고 도무지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번갈아가며 보여준다. 리는 형 조가 위독하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고 병원에 당도하지만조는 이미 세상에 없었다. 그러다 조의 유서를 보게되고 자신이 조의 아들 패트릭의 후견인이 된 것을 알게된다. 그는 고향으로 돌아와 사람들을 만나며 잊고 싶은 최악의 기억을 맞닥들인다.  

 

어떤 사건으로 리의 심장은 부서졌다. 

리가 이렇게까지 자기파괴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궁금했는데 역시 이유는 있었다. 

리의 행복했던 과거 그리고 리의 아주 사소하지만 엄청난 잘못으로 인해

리는 살아있지만 죽은 것도 아닌 채로 연명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일.

사실 누구나 사소한 실수는 하는 법이니까. 사람이니까 실수하는 것이다. 

나도 나의 과거를 돌이켜보면 위험한 순간들이 있었다. 잘못된 행동과 나쁜 사람들이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불보듯 뻔하니까. 다행히 나는 수많은 실수 속에서도 잘 살아가고 있다.

리의 심장의 기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현재도 잘 뛰고 있지만 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꾼 그 사건 때문에

그는 자신을 용서하지 못했다. 그는 죽지 못해 사는 사람 같다. 

 

슬픔이 항상 오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조의 아들 패트릭은 아빠를 잃고 무리없이 일상생활을 이어나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슬픔이 내제되 있다. 

어느 순간 갑자기 찾아와 충격의 도가니에 빠질 수도 있는 것이다.  냉장고에 얼린 닭고기를 보며 오열하는 패트릭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어렴풋이 이해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람들은 가끔 슬픔을 표현하지 않는 사람들을 오해한다. 저런 일을 겪었으면 당연히 오열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슬픔을 마음 속에 간직한다는 건 오히려 두세배로 힘든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번은 폭발하는 활화산을 안고 억누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영화 내내 주인공들이 농담도 하고 티격태격 거리지만 결코 슬프지 않은 것은 아니듯

담담하지만 결코 담담하지 않게 캐릭터들의 심리를 잘 드러낸 것 같다. 

 

드라이한 유머 속에서도 빛나는 감동

패트릭과 리는 영화 내내 티격태격하는데 싸우는 것 같아도 애정이 느껴졌다. 

나와 내 동생을 보는 것 같아서 동생이 더 그리워졌다.

가끔 동생이 하는 말에 상처 받기도 하지만 동생이 나를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지 알기에

항상 웃고 넘기게 된다.

영화 내내 드라이한 유머, 영국 유머스러운 코드가 있는데 나름 좋아하는 유머코드라서 극의 흐름을 방해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영화를 더 재밌게 해주는 요소라는 생각이 든다. 

과거는 지금의 나를 만든다. 어떤 과거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지만 그럼에도

삶은 이어진다. 내가 죽어야만 끝나는 고통일지 모르지만 가장 책임감있는 태도가 아닐까 싶기도 한다.,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빛이나고 특히 리(케이시 애플렉)의 연기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과거의 상처에 빠져나오기 힘든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영화를 보고 치유될 수 있기를

 

참고로 맨체스터 바이더 씨는 도시이름이라고 한다.

감독이 여기를 발견하고 영화의 각본과 딱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했다는데 정말 탁월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쓸쓸한 바닷가가 마치 주인공의 심정을 대변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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