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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이민자의 일상

육아하며 늘어난 인간관계,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

by 읽고쓰는사람 2024. 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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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splash 무료이미지

 

개인적으로 인간관계가 좁은 편이다. 사람을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관계를 유지한다는 건 참 어려운 것 같다. 약간의 회피성향 역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요즘 육아를 하며 만난 엄마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 번씩 만날 때마다 즐겁고 재밌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그렇지만 나는 나 혼자만의 시간이 중요한 사람이다. 현재 육아와 풀타임 잡을 병행하고 있는데 엄마들을 만날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다. 게다가 나는 운전도 못하는 뚜벅이. 아기를 데리고 마음대로 이동하기도 쉽지 않다. 엄마들이랑 더 친해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이런 마음이 커질수록 워킹맘의 마음은 초조해지고 불안해진다. 누구나 어디에 속하는 것이 편하지 거기서 벗어나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다. 

벗어나고 싶은 것은 아니고 적당히 유지하고 싶은 것인데 그것이 힘들다. 일을 하고 집에 와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은데 엄마들 단톡방에 들어가 수다를 떨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이 명확하지만 나도 모르게 티브이를 켜듯 핸드폰을 집어 들고 카톡 수다에 열중한다. 수다를 떨면서 즐겁다. 도파민이 마구마구 나온다. 그렇지만 나는 도파민이 필요하지 않다. 내겐 조용하고 평화로운, 나만의 시간이 더욱 중요하다. 요즘 일을 하면서도 좀비처럼 핸드폰을 놓지 못한다. 언제나 나와 대화할 사람들이 카톡창에 있다. 즐겁고 신나는 일들이 가득하다. 그러면서 직장에서도 실수가 잦아졌다. 이게 누구를 위한 일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된다. 나의 정신건강을 위해 좋은가? 물론 그렇다. 엄마들과 수다를 떨면서 우울증을 많이 떨쳐버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풀타임 일을 하는 지금, 내가 그만한 에너지가 있느냐를 먼저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다. 예전에 육아휴직 기간에 엄마들을 만나고 수다 떠는 것은 긍정적인 효과를 주었다. 그렇지만 지금의 나는 다르다. 일을 하면서 육아 우울증은 많이 사라진 상태고 아기를 보는 것도 사실 어려운 것보다 즐겁고 행복하다. 일을 하고 고작 아기를 보는 시간은 길어야 3시간. 그러면 그 시간은 아기에게 온전히 쏱는 것이 맞다. 카톡을 하고 싶은 마음도 이해하지만, 나는 엄마이기 때문에 그리고 일하는 엄마이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 스스로 결론을 내려야 이 알지 못할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 같다. 좁디좁은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나로서는 갑자기 늘어난 인맥을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원래 잘 챙기는 스타일도 아니고 귀차니즘의 결정체인 내가 누군가를 챙긴다는 것은 버겁다. 물론 아기와 남편도 겨우 챙긴다. 남편은 챙긴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도 아니다. 여러 가지로 현재는 버거운 상태다. 어디서 워킹맘과 전업맘은 친구 되기 힘들다는 글을 봤다. 사실 내가 왜 이 나이 먹어서 이런 걱정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그냥 관계라는 것은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내버려 둬야 하는 것 같다. 사실 섭섭한 것도 없고, 다 친해져야 할 이유도 없는 것인데 나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역시 나는 이런 면에서는 내향형이다. 사람이랑 얘기하는 것도 좋고 다 좋지만 책임은 싫다. 진짜 이기적인 것 같다. 엄마가 내게 지밖에 모르고 인정머리 없다고 했는데 그게 맞는 것 같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데 맞다. 나랑 남편은 둘 다 회피형 같다. 어떻게 회피형끼리 만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약간의 거리가 항상 우리를 안심하게 하는 것 같다. 너무 가까이 오면 부담스러워. 하고 나도 모르게 벽을 치는 버릇은 있는 것 같다. 물론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겠지만, 내겐 그런 면이 있다. 나는 은근히 보수적인 면이 있다. 습관을 그대로 지키고, 매일 하는 일을 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아기 낳기 전엔 그런 성향이 더 심했다. 그렇지만 아기를 낳은 후 좀 더 오픈 마인드를 가지게 된 것도 내게 일어난 좋은 변화라고 생각한다. 워킹맘으로, 시간은 모두에게 한정적이므로 후회하지 않게 쓰려면 좀 더 고심해야 할 것 같다. 오늘 이렇게 조금 불안했던 마음을 글로 써보니 조금 풀리는 것 같다. 나 같은 고민을 하는 enfp 분명 있겠지. 일단 1순위는 아기 2순위도 아기 3순위도 아기다. 아기에게 가장 중요한 건 안정된 마음을 가진 엄마. 사랑을 듬뿍 줄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엄마. 일관된 모습을 보이는 엄마. 엄마가 차분하고 안정적이어야 아기에게 좋겠지. 우선순위를 절대 잊지 말자. 지금은 아기가 나의 모든 것이자 내 우주이다. 그에 파생된 관계들은 기분 좋게 받아들이고, 너무 얽매이진 말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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