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죽는다는 것을 아는데 왜 슬플까.

by 읽고쓰는사람 2023. 12. 31.
728x90

 

 

거의 매일 보는 직장동료의 어린 아들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울컥 눈물이 날뻔했다.
내가 좋아하는 동료였다. 항상 따뜻하고 친절한 말투로 육아로 힘든 날 위로해 주던 그녀였다.

나에게 둘째 아이를 가질 생각이 있냐고 묻곤, 자기는 둘째 낳은 것이 정말 잘한 일 같다고.

첫째는 딸이고 둘째는 아들인데 그 둘이 너무 달라 신기하다고 했다. 
난 그 이야기를 듣고 딸 아들 둘 다 있는 그녀가 부럽다고 덧붙였다.
그 아들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것이다.

자식의 죽음만큼 슬픈 게 있을까. 심지어 갑작스러운 사고라면?
왜 대체 이런 일이 개인에게 일어나는 것일까.
우리 모두는 죽음을 향해 나아가고 있지만 그녀의 아들은 죽음과 무관해 보였다.
아직 살 날이 더 많이 남은 어린 생명들의 죽음은 갑작스럽고 말로 형언할 수 없이 슬프고 애처롭다.
신을 믿는 사람들이라면 신의 존재를 의심하게 될 것이다. 나는 어느 순간 믿지 않게 되었던 것 같다.

전혀 이해되지 않는 일들이 항상 일어나니까. 선이 항상 승리하지 않더라도 괜찮다. 그러나 세상 무해한 아이들은 왜 죽어야 하는지.
그럴 거면 태어나게나 하지 말지. 육아를 해보니 알겠다. 엄마는 자식을 위해 제 몸을 갈아 넣는다는 것을.

내 몸을 바쳐 만든 아이가 죽어버리다니. 인생은 잔인하다.  
차라리 사고가 아니라 지병이 있었다는 소식을 들었다면 나았겠다.

지병이 있었다면 어느 정도는 죽음을 예측할 수도 있었을 테니 충격이 조금은 덜할지도 모른다.

영화 컨택트에서 보면 주인공은 미래를 알고도 기꺼이 그 길로 나아간다.

우리가 죽을 거라는 것을 알면서 살아가지만 살다보면 그 사실을 쉽게 잊어버린다. 

항상 죽음만 생각하고 살아갈 수는 없는 거니까.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항상 내 곁에 있기를 바라니까.

굳이 그들이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매일 매일 한다면 결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테니까.

그렇게 우리는 지금 당장 죽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10년 후를 계획하고 꿈과 희망을 가지고 살아간다. 

난 출산 후 내 가슴에 엎드린 아기를 보며 사랑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내가 먼저 세상을 떠날 거라고 확신하지만 그것이 결코 사실이 아님을 알고 있다. 
죽음은 나이가 어리다고 피해 갈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무서운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사랑을 멈출 수 없다. 

그 사랑이 나를 갈가리 찢어 놓을지도 모르는데도
우리는 기꺼이 내 가슴을 내어주고 아낌없이 사랑을 준다.

나는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몰랐던 것 같다. 생각만 해도 마음이 아릴 정도로 소중한 사람이 생길 수도 있다. 

내가 상처받지 않기 위해 내 마음을 아무리 꽁꽁 묶는다 해도 

그 빗장은 열리고야 만다. 

남녀의 사랑이 얼마나 얄팍한 것인지

내가 믿었던, 믿어 의심치 않았던 그 사랑에 얼마나 많은 조건들이 붙었었는지

생각할수록 부끄럽다.

 

어머니의 사랑은 위대하다. 

부디 내 직장동료가 살아가기를.

다시 꿈과 희망을 갖기를.

 


배우 이선균 씨의 죽음. 연말 가족과 함께하는 이 시간에 일어난 여러 가지 비극들.
죽음이 도처에 널려있다. 오늘도 살아있는 사람들에 감사한다. 제발 살아주기를.

살아서 살아있는 다른 이들에게 기쁨이 되기를.

당연한 하루가 언젠가 내가 간절히 바랄 하루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적어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갑작스럽게) 죽지 않기를.
사랑에 인색하면 조금 덜 불행해질까
적어도 모르는 사람이 죽는다면 좀 덜 슬프지 않을까.
아님 별로 좋아하지 않거나 싫어하거나.
많이 사랑할수록 어쩌면 더 힘들어질지도 모르지.
상처받지 않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들은 최소로 줄이자.
그대가 죽더라도 나는 살아야 하니까.
그대를 그리워하다 비실비실 말라죽긴 싫으니까.
나는 어쩌면 다시 일어나지 못할지도 모른다.
모든 이들이 이런 마음으로 세상을 산다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 아무도 아이를 낳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


300x25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