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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이민자의 일상

임신 6주차

by 읽고쓰는사람 2021.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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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주차 보다는 정신적으로는 안정됐는데 문제는 음식이다. 뱃속에 애기를 생각해서 많이 먹어야 한다는 강박이 생겨서 평소 먹던 것보다 과식을 했는데 문제가 생겼다. 평소에 자주 먹지 않던 밀가루 음식을 하루에 두번씩 먹어대니까 설사를 했다.
그리고 내가 먹는 센트룸 임산부 영양제+ 오메가3를 먹고 있는데 오메가3를 먹고 나면 항상 속이 더부룩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오메가3 는 끊었다. 밀가루도 끊고 조금이라도 속이 안 좋았던 음식은 끊기로 했다.

우유를 먹어야 하는데 우유도 별로 좋지 않아서 진짜 딱 반컵 정도만 먹는다. 계란은 이제 꼴도 보기 싫다.
계란 노른자의 텁텁한 느낌이 너무 싫어서 안먹고
과자도 새우 과자 같은 거는 못먹겠다.
진짜 계란이랑 알새우칩 같은 건 내가 너무나 좋아했던 음식인데 이제는 멀리하게 됐다.

콩알만한 생명이 내 커다란 몸뚱이를 좌지우지 하고 있다. 졸리고 피곤하다. 일을 가고는 싶은데 또 아침되면 너무 가기 싫다. 근데 일을 막상 가면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집에 와봐야 누워있기만 할 걸 아니면 유투브 보면서 걱정을 사서 할 것 같아서 조금이나마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게 정신 건강에 도움은 된다.

지금 아주 중요한 시기이지만 그렇다고 일을 소홀히 하고 싶진 않다. 어차피 나중에 출산 휴가 갈텐데 지금은 열심히 해야겠다. 한번도 아프다고 안하고 잘 나가고 있어서 내가 뿌듯하다. 캐나다에서 일하면 전화 한통이면 일을 나가지 않을 수 있는데 그러지 않고 열심히 출근을 하고 있느니 기특하지 않을 수 없다.

어려운 환자가 퇴원을 해서 다행이다.
이제 부담 없는 환자들만 있어서 할만하다.
입덧도 좀 심한듯 하다가 또 괜찮다가 한다.
평소에는 무심한 남편이지만 임신하니까
180도 달라져서 내가 해달라는 건 곧잘 해준다.
이게 유일한 임신의 즐거움인가?

포기해야하는 게 많다고 친구에게
하소연을 해봤지만 내가 저지른 일이니
내 얼굴에 침뱉는 그런 기분이었다.

절대 아이가 생겨서 싫다는 건 아닌데
아침에 흡입하는 카페인이 쫌 그립다고
카페인이 나를 얼마나 행복하게 만들어줬는지
그 시절의 나는 그 행복이 카페인으로 만들어진 건지
몰랐지.
카페인을 끊어보니까 알겠다.
사실 완벽히 끊지는 못했다. 초콜렛은 먹는다.
그래도 평소보다 훨씬 적으니까 내 정신은 고요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은 차분한 상태.
어제는 잠을 깊이 자서 좋았다.
지브리 자장가를 틀어놓고 잤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자다가 화장실을 가긴 하지만
그래도 바로 잠들어서 다행인 것이다.

임신 6주 3일차인데
느낌은 잘 자라고 있는 것 같다.

토마토가 좋다고 해서 챙겨먹고
단백질도 먹어야한대서
삼계탕을 먹었는데
속이 괜찮았다.

이렇게 메뉴를 잘 짜면 변비 없고 설사 없는
건강한 임신 생활을 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보인다.

6주 1일차에 약간 갈색혈이 보였는데
휴지에 약간 뭍어나오는 정도라
그건 괜찮다고 들었다.

빨리 담주가 되서 병원에 가고 싶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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