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정말 냄새에 민감해졌다.
소화가 안되는 날들이 많아졌다.
Morning sickness가 아니라
저녁을 먹고 나서 훨씬 심했다.
막 토할 것 같은 느낌은 아닌데
속이 더부룩하고 메슥거린다.
뭔가 침을 잘못 삼키면 내가 토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고, 양치를 하다가 혀를 닦으면
진짜 겉잡을 수 없어질 것 같아서 두렵다.
자궁이 커지면서 배에 통증도 느껴졌다.
난 진짜 예민한 것 같다.
평소에 안 그런척 하려고 하는데
그리고 일을 할 때는 그게 가능한 듯 보인다.
그치만 집에 오면 예민한 임산부 모드로 변신해서
남편을 못살게군다. 남편이랑 같이 만든 아기인데
왜 나만 이렇게 힘들어야 하지 억울해진다.
생물학적으로 이렇게 생겨먹은 걸 어떡해
라고 남편은 얘기했고, 그말에 나는 더 억울해졌다.
임신은 여자가 결정권자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더욱 강해졌다. 임신을 해보니 아기를 낳기 전까지
고생하는 것은 여자다. 남자도 물론 이런 아내의 수발을 들어야 하는 건 맞지만 몸이 변화하는 것을 온전히 감당하는 것은 여자다. 그리고 그 변화는 즐겁지 않다.
내가 임신을 하고 싶지 않았나? 그건 아니다.
나도 원했다. 다만 남편이 좀 더 원했다.
사실 나는 100퍼센트는 아니었던 것 같다.
이런 마음을 가진다는 게 너무 싫지만 우울하다.
이런 우울한 마음으로, 자포자기한 마음으로
소중한 시기를 날려보낼 수믄 없었다.
임신은 임산부가 즐거워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산부인과 의사와의 검진 후 커피를 다시 마시기 시작했다. 카페인 함량은 따지긴 하지만 커피를 마시는 그 순간은 다시 나로 돌아간 기분이다.
무엇을 먹을 때도 아기가 먹는다는 생각이 들어
좋은 것만 먹으려고 했지만 그런 작은 노력들이
쌓이고 쌓여서 나를 힘들게 하고 있었다.
입덧도 생겼고 빈속엔 더 심해서 가볍게 먹을 수 있는
과일이 필요했다.
강한 자극적인 음식을 먹고 나면 양치를 해도 입안에 남아있어서 입덧이 생겼다.
바나나, 체리, 자두, 사과, 블루베리
이런것들을 간편하게 씻어서 먹고 있다.
그리고 민트껌과 멘토스도 수시로 먹는다.
둥글레차도 먹는다.
이제 임신했다는 사실이 조금 실감이 나는 것 같다.
7주차에서야 받아들이다니 난 진짜 뭐든 늦는다.
캐나다 의사는 너무 쿨하다.
내가 거짓말 안 보태고 질문을 열개 했다면
열개 다 괜찮다고 뭘 그렇게 걱정을 하냐는 반응에
민망했다.
커피를 왜 참냐고 그냥 먹으라 하고
하고싶은 운동도 다 하란다.
스카이다이빙 번지점프같은 것만 하지말고
뭐든 할 수 있느니 stay active하라고 했다.
그 말을 들으니 조금 희망이 생기는 듯 했다.
나의 우울한 기분은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는 데서 오는 것 같았다. 그래서 주말이라도 집에서 누워있기만 하는게 아니라 잠깐 나가서 걷다가 온다.
정말 훨씬 낫다. 잠깐 바람 쐬고 오면 내가 뭘 해야할지 생각이 정리된다.
여튼 나라는 임산부는 간만에 찾아온 휴식도
가만히 쉬지를 못한다. 나는 가만히 있는 게 너무 어렵다. 텔레비전도 한두시간 보면 그냥 지겹고 눈이 아파 관둔다. 요즘 닌텐도로 게임을 하는데 그것도 한두시간 하면 지겹다.
다행히 몇몇 음식들을 빼고 먹는거는 잘 먹는다.
속이 비면 힘들어서 하루에 5끼는 먹는 것 같다.
체리를 비싸게 주고 샀는데 너무 맛있어서 만족스럽다.
오빠가 일하는 것도 힘든데 나를 도와주려고 하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설거지 하는 뒷모습이 왜 슬프지
이놈의 호로몬 때문에 별거 아닌 일에도 울컥
친구들은 너도 일하고 힘든데 오빠가 하는 게 당연한거라도 하지만 비실비실한 남편을 보면 안쓰럽다.
그러면서 막상 남편한테 온갖 투정부리고 짜증부리고
진심이 아닌 거 알겠지 오빠도…
아… 임신 너무 힘들다 진짜
입덧 너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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