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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이민자의 일상

임신 5주차

by 읽고쓰는사람 2021. 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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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을 하고 우울한 기분이 들었다. 처음 임신 사실을알았을 때는 기대감에 설레었는데, 지금은 기분이 상당히 가라앉아 있다. 나름대로 계획 임신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준비된 임산부가 전혀 아니다.
출산은 그저 무서운 것이라고만 생각했지만 임신하는 일 자체는 괜찮을거라고 생각했다.
초기 임신이 이렇게 신경쓸 일이 많은지는 몰랐다.
걱정이 늘어난다. 카페인을 얼마나 섭취했는지 염려스럽다. 카페인 러버였던 나는 이렇게 임신부가 된다.

즐거운 것들이 사라진 기분이지만
그렇다고 되돌릴 수는 없다.
생각을 적게 했던 것은 아니다.
생활 속에서 나도 모르게 아이를 생각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나는 오래전부터 내가 낳을 아이를 생각해왔다. 10년 전 캐나다에 올 때도 내가 아이를 낳는다면 캐나다가 더 좋은 환경일 거라고 생각했었고
이번에 집을 사면서도 아이를 염두해두고 요리조리 살펴보았던 것도 사실이다.
모순적이게 내가 지금 겪는 우울감은 왜 그런 것일까
나름 나의 과민함을 잘 다스려 왔다고 생각했는데
임신을 하고 모든 신경이 배꼽 주위에 집중되어 있는
기분이다.

새로운 변화가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캐나다는 병원에 가기도 힘들고
당장 초음파로 아기가 제대로 자리를 잡았는지
체크해볼 수 없다. 그래서 문득 아기집이 잘 있을까
진짜 제대로 된 건 맞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모든 것이 물음표인 상황이라 내가 습관처럼 하는 행동도 이걸 해도 될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폰을 놓을 수가
없다. 전자파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을 미미하다고 하니까 다행이긴 하다.

친구는 임신했을 때 300mg이하로 카페인을 섭취했다고 한다. 막판에는 거의 벤티로 먹었는데도 아무 이상 없었다며 껄껄 웃었다. 친구의 웃음소리를 들으니 내가 확실히 예민한 거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내 걱정도 씻겨 내려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친구에게 진짜 고마웠다.

오늘 점심식사로 만둣국을 먹었는데 그게 잘못된 건지
소화가 안되서 애먹었다. 소화제를 먹고 싶은데 임산부는 어떤 소화제를 먹어야 되는지도 몰라 한참을 찾아보다가 포기했다.

찾아온 아이를 감사하게 여겨야 하는데 내가 너무 불평만 했던 건 아닌가 싶다. 내일부터 6주차인데 감사하면서 명상하고 요가를 하며 마음을 다스려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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