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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이민자의 일상

아침의 분노/ 임신 27주 일하는 임산부, 버스 출근은 힘들다.

by 읽고쓰는사람 2022.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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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출근은 참 힘들다. 집 밖을 나서자마자 땅이 반짝인다. 지난 밤 추웠는지 길이 꽁꽁 얼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내게는 아이젠이 있으니까. 아이젠을 신발에 겨우 겨우 우겨넣었다. 요즘 배가 나와서 숙이는 것도 힘들다.

그렇게 집을 나선 후 아이젠을 신어도 넘어질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예전부터 균형감각이 좋지 않았다. 스케이트를 잘 타고 싶었는데 3-4번 시도 흐에도 별 달리 나아진 바가 없어 그만두었다.
이런 출근길은 너무 고통스럽다. 집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질 때쯤 버스가 왔다.


밖은 여전히 어두웠다. 그래도 나 포함 4명 정도가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버스 기사가 우릴 그냥 지나쳐갔다. 버스 정류장이 원래 한산하지 않고 항상 출근하려는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라 더욱 의아했다. 보통 다른 버스 기사 아저씨들은 무조건 서던데…

초보 드라이버인가 생각해봤지만 그래도 화가 났다.
버스를 놓친 후 몇 분 후에 오겠지 생각했는데 20분을 더 기다렸다. 화가나서 버스 회사에 컴플레인을 해야지 하고 생각했지만 버스가 또 우릴 못보고 놓칠까 폰만 잡고 있을 수 없었다.

임신을 하고 부터 작은 일에 화가 나기 시작했다.
길을 걷다보면 담배 피는 사람이 간간히 있는데
나온 배를 한껏 내밀어 보지만 효과는 없는 것 같다.
담배 피는 사람을 붙잡고 간접 흡연의 위험성을 토로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당신이 하고 있는 짓이 살인에 버금가는 위험한 일일수도 있다고! 소리치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내가 소심한 걸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화는 조금씩 나도 모르는 사이에 쌓여간다. 이러다 언젠가 폭발할지도 모르겠다.

오늘 아침이 피크가 아니었나 싶다. 내리려고 하는데
백팩을 맨 사람 두명이 문을 막고 서있다. 또 짜증이 몰려들었다. 억지로 밀어야지만 하차가 가능했다. 하차를 겨우 하고 나서 욕이 나왔다. 분노조절에 문제가 생긴 모양이다. 출근 후에도 이게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다행인 것은 코워커들이 다 좋아서 수다를 떨다보니
마음이 조금 가라앉았다.

점점 만족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아서 두렵다. 감사함을 찾아보려했는데 오늘은 감사가 없는 날이야! 하고 분노하는 나를 다시 발견했다. 그러고 다시 나를 다독인다. 이건 호로몬 때문이야. 나는 지금 지킬 박사처럼 하이드를 잘 다스려야 한다. 물론 쉽지 않다.
갑자기 불쑥 불쑥 나오니까.
아기를 만나면 모든 화가 사라지고 다시 긍정왕인
나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거라고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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