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북 완전한 행복을 틀고 나서 얼마 가지 않아
몰입하게 되었다. 정유정 작가님의 글은 처음 읽어본다. 소설에 집중을 잘 못하는 내가 이렇게 몰입하다니 놀라웠다. 정유정 작가님의 문체가 간결하고 깔끔해서 오히려 더 몰입이 쉬웠던 것 같다. 주인공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져서 내 마음에 와닿았다. 내가 마치 겪고 있는 것처럼 땀이 나고 눈물이 나기도 했다.
오디오북이어서 그랬을까? 이 책을 그냥 읽었다면 이 정도의 감동은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워낙 빨리 읽었을 것이고 재빠르게 결말을 향해 갔을 테니까. 빨리 읽은 책은 감동도 빠르게 사라진다. 밀리의 서재 오디오북에는 성우 분들이 여럿이 나오고 각 캐릭터마다 각가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그래서 더 캐릭터의 감정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신유나의 목소리. 공기가 가득 차있는 공허한 목소리가 인상 깊었다. 나중엔 들을수록 소름이 끼쳤다. 은호가 말하듯 몸의 털을 쭈뼛 서게 하는 목소리다.
이야기를 들으며 누군가를 상상할 수 있었다. 그 사건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다들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녀의 얼굴. 자주 본 것도 아닌데도 잊을 수 없는 인상.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자꾸 생각이 나는 그 얼굴. 조금 불쾌해졌다.
아기를 재우고 도저히 궁금함을 참을 수 없어 옆에 누워 듣기 시작했다. 두 시간이 넘게 들었던 것 같다.
이 소설은 보다가 끊기 어렵다. 아기를 보면서도 계속 생각이 났다. 결말을 찾아볼까 하는 유혹이 몇 번씩 찾아왔지만 꾹 참고 계속 들었다. 결말을 알고 나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았다. 영화를 볼 때도 나는 아무 정보 없이 보는 것을 제일 선호한다. 조금이라도 스포를 당하면 화가 날 정도이다.
행복은 뺄셈이라고. 말하는 신유나. 나르시시스트의 전형. 나는 운이 없다 고 말하는 그녀는 진심일까. 가장 듣기 힘든 장면은 지유를 학대하는 장면이었다. 아이 뺨을 때리고 밀치고 코피가 나게 했던 그 부분에서 나는 펑펑 울었다. 이 세상 어딘가에 지유 같이 사는 아이가 있을 것 같아서 더 안타까웠다. 내 옆에 내 목숨보다 소중한 작은 아기가 자고 있기 때문에 더 슬프고 마음이 아팠다.
-아래부터 스포 있어요-
해피엔딩을 꼭 보고야 말겠다는 의지로 장장 15시간 30분의 오디오북을 다 들었다. 신유나가 그렇게 죽어버리다니 너무 화가 났다.
나르시시스트의 마지막은 너무 짧고 간결했다. 자기의 행복을 위해 다른 사람을 착취한 대가에 비하면 가벼운 죽음이었다. 차은호는 아직도 자신이 노아를 죽였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 그 여자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하는 생각이 클 것이다. 사람은 쉽게 만나는 게 아니다.
제발 오래 옆에서 살펴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지독한 나르시시스트. 자신이 가장 큰 피해자. 자기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위험하다.
자신의 행복, 이득을 위해서는 뭐든 할 것이기 때문에. 그래서 무섭다. 지유가 가장 불상했다. 자기가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도 아닌데 엄마가 신유나라니. 아이는 세뇌당했고, 봐서는 안될 잔인한 장면들을 보았다. 지유가 이모 신재인을 구하고 펑펑 울 때 나도 같이 울었다.
신재인이 돌덩이를 가지고 마침내, 가격했을 때 얼마나 통쾌했는지. 신재인은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서 벗어난 것이었다.
지유가 신재인과 같이 러시아로 갔다는 건 사실은 해피엔딩이지만 그들이 받은 충격과 상처를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나의 행복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사람. 행복에 조건이 있을까 아니다. 행복은 그냥 느끼는 감정 같은 것이다.
신유나가 말하듯 불행한 것을 제거하는 것. 자기가 특정해 놓은 조건들이 있다는 말이다. 그 기대에 어긋나는 것들은 다 제거한다고 하니까.
그러나 그렇게 해서는 평생 느끼지 못할 것이다. 행복을 위한 특정한 조건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걸 다시 깨닫게 해주는 소설이었다.
참고
이 책을 극도의 몰입력을 불러일으키므로 시간이 여유로울 때 읽기를 권합니다. 정유정 소설가는 페이지 터너라는 별명이 있다고 했다.
진짜 내가 이 책을 서점에서 집어 들고 몇 페이지를 읽기 시작했다면 안 사고는 못 배겼을 것이다. 너무 재밌고 흡입력이 대단한 소설이었다.
정유정 작가님의 다른 책도 도전해 봐야지 내가 시간이 많을 때. 아가랑 있을 때 말고 나중에 시도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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