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청소년 중에는 상습적으로 절도를 하는 아이들이 가장 많은데 그 주된 원인은 경제적 곤궁 때문입니다.
[천종호, 내가 만난 소년에 대하여]
내가 만난 소년에 대하여 천종호 판사님은 수많은 비행청소년들을 만나오셨다.
나 또한 나이 어린 청소년들의 잔인한 폭력성을 볼 때면 처벌을 더 할 수 없는 건가 하는 생각이 자동으로 들었지만 읽으면서 처벌을 하는 게 다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비행의 길로 빠지는 이유는 1차로 가정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해서다. 아이들은 그냥 어긋나지 않는다. 부모의 학대, 방임으로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들은 자기와 비슷한 또래를 찾아가고 그 또래 안에서 가정에서 받지 못한 사랑을 채우려고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또래들도 비슷하다 보니 궁핍을 채우기 위해 성을 판다거나, 절도를 하면서 하루하루 살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 아이들이 결국 천종호 판사를 만나러 오는 것이다. 가벼운 절도, 예를 들어 편의점에서 빵을 훔친다거나 하는 일이 생기면 보통 부모들은 자식을 데리고 가서 사과를 하고 물어주는 등의 합의를 하지만, 부모의 보살핌이 없는 아이들은 이런 일로도 법정에 선다.
뉴스에 나오는 청소년 범죄를 보며 경악할 때가 많다.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을 기억하고 있다. 피해 학생이 얼마나 무서웠을까. 폭행을 당한 여학생이 피투성이가 된 사진을 보며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다. 난 이 여학생을 실제로 알지도 못하는 데 말이다. 그 사진을 보고 가해자들에게 강력한 처벌이 떨어져야 마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게 진정 피해자가 원하는 것일까? 그리고 그게 진정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는 걸까? 가해자는 무조건 감옥에서 썩어야 마땅할까? 책을 읽으며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 이후 피해 학생이 가해 학생 한 명과 진심으로 용서를 빌고 용서를 받아들이는 과정은 감동적이었다. 가해자에게 주홍글씨를 박아준다고 갱생의 길로 가는 것은 아니다.
사회에서 거부당한 사람들이 갈 곳은 어디인가? 나도 이번에 책을 읽으며 잘 생각해보았다. 물론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일이 가장 중요할 거지만, 한번 합당한 벌을 받은 사람들이 다시 사회에 나와서 살 기회는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정말 어려운 문제지만 그렇게 하는 게 우리에게도 좋은 일이다. 벌을 받고 나온 사람들 중에 진심으로 반성하고 살아간다면 나중에 사회에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으로 자랄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면 그 사람들은 결국 다시 범죄의 길로 빠지게 되는 게 아닐까 그러면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 테니까.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인 것 같다. 처벌은 후련하지만 심각한 범죄가 아니면 다시 사회로 나올 것이고, 그런 이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나 혹은 내 가족이 피해자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오히려 사회에 잘 적응해서 살아간다면 더 이상의 범죄는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르니까.
(퍽치기 전과자 투수에 대한 에피소드를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무릇 죄는 형벌로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도와야 재발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세상에서 소외되고 거리로 내몰린 아이들을 품어 되돌리는 일은 누군가는 꼭 해야 하지 않을까요?
[천종호, 내가 만난 소년에 대하여]
어렸을 때 나는 좋은 추억이 많이 있다. 부모님과 함께 나가서 외식을 한 일. 온천에 가서 목욕을 하고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산책을 한 일
무수히 많은 추억들이 내가 힘들 때 나를 위로해 준다. 그러나 이런 추억이 하나도 없는 아이들은 어떻게 세상을 살아갈까. 아주 당연한 것을 누리지 못하고 자란 아이들이 제대로 사회에 적응할 수 있을까. 인풋이 없으니 아웃풋이 있을 리가 없는 것이다. 모든 어린아이들이 배부르게 먹고 곤히 잠들기를. 부모의 사랑 속에 추억을 차곡 차곡 쌓아가기를 간절히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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