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리는 엉뚱하고 독특한 캐릭터라고만 생각을 했는데 그 안에 이런 깊이가 있는 줄은 몰랐다. 에세이를 읽는 동안 그녀의 겸손함과 솔직함이 좋았다.
왜 나는 이런 생각을 하지도 못했을까?
사유리는 실제로 행동에 옮기기 앞서서 지인들에게 떠보는 질문을 했다고 한다.
결혼 안하고 정자를 기증받아 출산하는 것은 어떨까?
질문만 들었을 때 사실 이상하고 자연스럽지 못하게 들린다. 약간 부정적으로 생각이 드는 것은 우리가 지금까지 생명은 남녀가 사랑으로 만드는 거라는 고정관념 때문일까?
사유리는 누구보다 젠을 사랑하는 게 보인다. 둘은 누구보다 아름다운 가족같다. 그래서 우리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사유리는 누구보다 엄마가 되고자 했고, 굳이 그 과정에서 누구를 찾아 급하게 결혼을 하는 건 전혀 자연스럽지 않다. 보통은 그렇다.
내 주변 친구들도 그렇고 아기를 갖고 싶으면 남편을 빨리 만들려 하고 그 때문에 판단이 흐트러지는 것도 사실이다. 여자의 가임기. 임신 가능한 시기는 딱 정해져있기에. 물론 마흔이 훌쩍 넘어 마흔 다섯에 출산한 케이스가 있기도 하지만 모두에게 가능한 일은 아니다.
나도 아기를 갖기 전에 초조했던 게 사실이다. 노산의 기분에 점점 다가갈수록 진짜 지금 아니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으니까 그래서 사유리의 마음을 이해한다.
사유리는 다만 아기를 낳고 기르는 것이 전통적이라 생각해서 용기를 냈다고 했다. 그 점에서 자기는 조금 보수적일지도 모르겠다고. 그 보수적인 결정을 아주 파격적인 방법으로 이루어냈다. 그녀의 용기에 감탄했다.
보통은 포기하기 마련이니까. 나는 나름 열린 사고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도 그런 생각을 못했으니까 말이다.
사유리의 젠은 파란 눈을 가지고 있다. 사유리가 정자를 선택할 때 동양인이 기증한 정자는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기증한 정자 중에 고르다 보니 서양인 정자를 선택하게 됐다고. 아이큐 보다는 이큐, 술 담배를 안하는 정자를 택한 것은 당연한 이치다.
누구라도 그랬겠지. 아기가 건강하길 바라니까.
나 또한 왜 동양인의 정자 말고 서양인의 정자를 선택했는지 궁금했던 부분이었는데 궁금증이 완전히 풀렸다. 동양 문화권에서 정자 기증이 흔하지 않은 탓이다.
빅뱅 이론 이라는 미드를 보면 주인공 사인방이 정자를 기증하는 모습이 나온다.
아빠 없는 아기?
그러나 사유리가 억지로 서둘러 결혼해서 아기를 낳았다면? 그 가족이 제대로 작동할까? 결혼은 신중하게 해야하는데 행복할 수 있을까? 아빠가 있어서 계속 싸우는 것보다 나을 수도 있다.
이제 미혼부 혹은 미혼모 가정을 비정상이라는 단어로 묶는 건 그만 두는 게 어떨까? 편견만 줄어든다면 버려지는 아가들도 적어지지 않을까? 생명을 낳고 기르는 일이 조금 쉬워졌으면 좋겠다. 안그래도 힘든 육아.
타인들의 시선까지 신경써야 한다면 더 힘들테니까.
사유리 화이팅! 응원하고 있겠다.
젠이 클 때쯤엔 한국이 조금 바뀔거니까
씩씩하게 자라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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