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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의 서재 오디오북 카모메 식당, 무레요코

by 읽고쓰는사람 2022. 1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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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모메 식당 잔잔하지만 재밌는 우리 일상 이야기


내가 한 때 알았던 언니에게 추천받은 책.
지금은 연락하고 있지 않지만 그녀가 행복하기를 바라본다. 언니가 추천해 준 책은 기억하고 있었고 몇 년이 흘러 이렇게 듣게 되었다.

오디오북은 사실 잘 듣지 않는다. 상당히 산만한 편이라 들어도 집중이 잘 되지 않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요즘들어 7개월 아기와 함께 하루의 대부분의 보내고 있다. 마음이 허하고 심심했다. 나는 에너지가 많은 편이고 여러 가지를 동시에 하기를 좋아하니까 육아를 하며 오디오북을 들으면 딱이라고 생각했다. 역시 내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세 여자의 이야기
사치에와 미도리 마사코.
그녀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 인생과 별반 다르지 않구나 느꼈다. 물론 나는 결혼도 했고 아기도 있지만
내가 싱글이었다면 비슷하게 살아갔을 것 같다.
나는 사치에처럼 살기를 갈망하지만 미도리와 닮아있는 것 같다. 언제부턴가 한 직장에 안주하고 있는 내 모습이 오버랩되는 듯했다. 그저 지금이 좋아서 편안해서 계속할 뿐인데 그래도 언젠가 현타가 오는 것은 어쩔 수가 없나 보다. 그렇다고 다양하게 여러 가지를 했다면 좋았을까 잘 모르겠다. 어떻게 살아가든 내가 살아보지 못한 삶에 대한 동경을 할 수밖에 없다.

세 여자가 핀란드에 온 것처럼.
현재 살고 있는 곳에서 찾을 수 없는 그 무언가를 찾기 위해 그녀들은 핀란드로 왔다. 어쩌면 이곳에서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질 거라는 기대. 자연으로 가득 찬 이곳에 우울과 답답함은 전혀 찾을 수 없을 것 같은 핀란드에서의 삶을 동경했을 것이다.

나도 같은 이유였다. 캐나다 이민은 내게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기회였다. 벽으로 가로막혀 있을 때 나는 캐나다로 건너와 훨훨 날고 싶다고 생각했다. 나를 정의하는 많은 단어들로부터 벗어나고 싶다고. 그리고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로부터 벗어나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누군가가 나에게 너는 어떻다 하고 이야기할 때 나는 벽을 보았다. 나의 행동을 제약하는 그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복권에 당첨된 사치에와 현실적인 미도리
우스운 상황들이 많았다. 사치에는 어쩌면 가게 매상은 상관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자 했으니까. 제대로 된 한 끼를 만들겠노라고. 오니기리. 핀란드 사람들에겐 생소한 음식이었다.
김은 그들에게 까만 종이에 불과했다.
토미가 먹으며 눈물을 흘렸던 오니기리
비위가 약하면 먹기 힘든 가다랑어포.
나라도 미도리처럼 생각을 했을 것 같다.
퓨전을 해야 한다고 어떻게든 이 나라 사람들의 입맛에
맞추는 건 필요하다고.
그러나 오니기리라는 것은 사치에에겐 단순한 음식 혹은 메뉴가 아니라 영혼이 담긴 음식이었기 때문에 쉽게 바꿀 수 없었을 것이다.

오디오북을 들으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복권에 당첨되지 않아도 부자가 된 것처럼
매 순간을 살아갈 순 없을까 사치에의 여유가 부러웠다. 나는 또 이런 좋은 책을 읽으며 복권에 당첨된 사치에가 부럽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것만 생각한 것은 아니라 다행이다.
어디에 살아도 엉망진창인 사람은 엉망진창이라는 것
캐나다에 오면 나는 다른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 나의 단점이 두세 배로 크게 느껴질 뿐이었다.
아름다운 자연 쾌적한 공기도 계속 그곳에 살면
그렇게 대단한 이점이 되어주지 못한다.
사람은 금방 익숙해지니까.

한국에 가면 느낄까 공기를 들이마시며
캐나다의 쾌적한 공기가 그립다는 생각을 할까
한국에서 찌질했던 나는 여전히 찌질하다.
핀란드 리사 아주머니가 떠오른다.
아무리 천국 같은 곳에 살아도 다 그들만의 괴로움이
있다. 어떻게 살던 내가 천국처럼 느끼면 천국이 될 것이고 지옥처럼 느끼면 지옥이겠지.

진지하지만 무겁지만은 소설을 읽으며 우리 삶은
진지하지만 절대 무거워서는 안 되는 것 같다.
책을 봤으니 영화도 꼭 보고 싶다.

이렇게 내 마음속의 구멍을 채웠다.
육아하면서 나가서 놀지 못해서 답답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마음의 양식을 쌓지 못해 그런 것이었다.
읽고 쓰다 보면 잡생각은 다 날아갈 텐데.
진작 왜 오디오북을 켜지 않았지
지금이라도 켜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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