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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장제의 경로를 이탈하였습니다 밀리의 서재 책 리뷰

by 읽고쓰는사람 2022.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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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순식간에 읽어내려갔다. 글을 재밌게 잘 쓰셔서 쉽게 몰입할 수 있었다. 육아를 하는 동안 아가 눈을 피해서 즐겁게 봤다. 덕분에 하루가 빠르게 지나갔다.

육아를 하며 순간이 소중하다 생각하지만
시간이 빨리 흘러 남편이 퇴근하고 오는 세시반을 고대한다. 세시반. 무한 반복의 육아 노동에서 벗어나는 시간.

사실 이렇게 말하면서도 죄책감이 든다.
아기와 함께 하는 시간을 노동이라고 이야기하다니.
남편에게 내가 일을 복귀하게 되면
죄책감이 들 것 같고 일에 집중하지 못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남편은 그런가 싶어 물어보았는데 일에 집중하지 못할 정도는 아닌 것 같았다.
왜 여자만 이런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하는거지 라는
생각에 또 슬퍼졌다.

나는 사실 결혼 생활에 어느정도 만족을 가지고 있다.
이유는 캐나다에 살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그리고 남편은 효자가 아니다. 살만하다.

그러나 한국에 살았다면 우리 시어머니가 고지식한 분이셨다면 힘들었을 것이다. 저자의 마음을 십분 이해한다. 아들의 칭찬을 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왜 며느리가 아들의 시다바리 노릇을 해야하는지 말도 안된다.

이혼이라는 주홍글씨가 싫어서 참으며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지 상상 할 수도 없다. 오은영 리포트 결혼 지옥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내 기준에서는 벌써 이혼을 했어야 마땅한 커플들이 꽤 나왔다. 그런 심각한 상황에서 결혼을 계속 이어간다는 게 지옥일 것이다.
그래서 프로그램 이름을 이렇게 지은걸까?
제목부터 자극적이다. 갈수록 프로그램의 취지가 모호해진다. 이혼 장려 프로그램 같다.

여튼 다시 책으로 돌아와서 저자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 인생은 길고 굳이 마음 맞지 않은 사람과 시간 낭비 하지 않는게 옳다. 더 시간 끌다가 경력도 단절되고 아기도 있고 그러면 이혼하는게 두배로 힘들었을 것이다. 현명한 판단이다.

한국의 결혼제도는 여자에게 희생을 강요한다.
왜 며느리와 사위가 동등하지 않은 것인지.
도무지 알수가 없는 일이다. 여전히 사회 곳곳에
가부장제도가 이끼처럼 끼여있다.

나 역시 결혼제도에 거부감이 들었던 건 사실이다.
아기를 낳고 나면 나의 마지막 남은 보호막까지 다
까발려지난 느낌. 집에서 일을 똑같이 하는데 월급은
받지 못하니 소비에 더 집착하게 되는 아이러니.

이혼했다고 해서 절망하고 우울하는 것보다
작가님처럼 할 수 있다! 외치는 것이 백배 현명한 일이다. 그리고 지옥에서 나오는 일이다.

지옥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특히 한국은 아기를 낳고 경력이 단절되기 쉽다. 그렇게 경제력을 상실한 후에 드는 무력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막막하다.
나는 출산 휴가 중인데도 마치 백수가 된 것 같은 느낌을 감출 수가 없다. 일하는 것보다 육아가 훨씬 힘든 게 현실이다. 퇴근이 없으니까.

미혼이 꼭 결혼 전에 읽어보길 추천한다.
나는 이미 결혼을 했고 딸을 낳았으므로
싱글의 삶은 불가능하지만
이혼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냥 자연스러운 거 같다. 영원한 사랑이란 없다.
현실적으로 잘 생각해야 하는 게 결혼이다.
일년만에 지옥에서 나온 저자에게 박수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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