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은 건 인간의 본능이다.
현실적인 사람들은 자기가 특별한 사람이 되기 위해
능력을 개발하고 공부를 열심히 하는 등 사회에서 우월한 입장에 서려고 노력한다. 문제는 생각이 지나치게 많은 예술가 타입이다.
생각이 많은 사람은 일단 공부가 힘들다.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 앉아서 집중하는 시간이 많아야 하는데 나처럼 쓸데없는 생각이 많은 부류는 열심히 하는 것에 비해 성적이 안 오른다. 책상에 앉아는 있지만
머릿속으로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때문이다.
나는 항상 붕 떠있는 느낌이었다. 내가 현재에 존재하지 않고 미래의 내가 과거의 나를 보는 느낌이랄까.
항상 내 몸과 생각이 따로 노는 기분이었다.
어릴 적부터 생각이 많아서 상상력이 풍부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난 생각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는 생각 그 자체였다. 대부분은 현실에 도움되지 않는 쓸데없는 생각이었다. 나는 왜 태어났고 시간은 왜 흐를까 이런 것들. 나에게 자아가 있는데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까 사람은 선할까 악할까
그래서인지 나는 어떤 이상한 질문에도 모두 대답할 수 있었다. 이미 수백 번 생각해왔던 것이었다. 백문백답을 어려워하는 친구들이 있었지만 나는 제일 재미있었다.
어려서부터 궁금한 게 있으면 보통 부모님께 물어보지만 나는 궁금한 것을 곱씹고 곱씹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그러면서 나는 뭔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특별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오은영 금쪽 상담소의 돈스파이크 씨를 보며
나와 비슷한 방어기제를 보았다.
나도 생각이 엄청 많은 사람이지만 나이가 들수록
난 그저 평범한 개인이구나 하고 깨닫는 순간이 오는데
인간관계가 좁으면 좁을수록 내 경험에만 의존하게 된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 생각이 굳이 특별하고 유별나다는 생각이 점점 사라졌다. 나의 특별함이 빛이 바래진 순간 어차피 공상과 상상이 나를 특별하게 만들어주지 않는 다면 굳이 시간 낭비할 필요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특별하다고 생각했는데 재능까지 있었다면 나는 좀 더 내가 독특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 생각은 점차 강해 졌겠지. 내 세상이 점점 커지고 그 속에 빠져서 나올 수가 없어지는 거.
내가 알에서 깬 순간은 내가 특별한 사람이 아닌 보통의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내가 특별하다는 생각이 내 힘든 학창 시절을 버티게 해 줬다는 것
하나님을 믿고 절대자가 나의 삶을 지켜주고 있다는 것
그래서 나는 더욱 소중하고 특별하다는 것이
학교생활에 적응을 잘 못하는 내게 위안이 됐다.
내가 재능이 뛰어나거나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두각을 드러냈다면 굳이 나를 사차원으로 포장하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이상한 생각에 굳이 빠져들지 않았을 텐데.
대단한 생각이라는 건 없더라
내가 하는 생각이 엄청 독특하고 개성 있어 보여도
결국 누군가도 하는 생각이라는 것을 알았다.
내가 창조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하다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 그런 생각이 없어도 하루를 살아낸다.
한때는 그런 생각에 빠져있지 않으면 살기가 힘들었으니까. 지금은 평범한 삶. 내가 특별하지 않아도
성실하게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모습에 만족한다.
내가 아무리 특별해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 줄 만큼은 아니고, 나의 독특함은 결국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고 싶어 만들어낸 방어기제니까
아무리 자폐적인 사람이라도 사랑받고 싶어 한다.
실제 자페 스펙트럼인 사람들도 누군가를 만나고
생을 함께 하고 싶어 한다.
나의 독특함을 놓아줄 때가 온다.
내가 만들어낸, 한껏 부풀려온 나의 자아.
생각이 많다는 건 나의 특징이지만
그게 남보다 나를 우월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다.
현실에 발을 붙이고 매일을 살아가는 데는 그렇게 큰 도움은 안된다는 거. 나의 많은 생각이 내 삶을 풍요롭게도 하지만 어두운 구덩이로 빠져들게도 한다는 걸 안다.
그러니까 내 말은
평범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특별해야 내가 설 자리가 있는 건 아니라고.
포장하다 보면 나 스스로도 혼란이 온다.
스스로를 외롭게 만들 필요는 없다.
예술가로서 독특함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실에서 너무 동떨어지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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