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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이민자의 일상

뒷담화

by 읽고쓰는사람 2023.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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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나는 사람을 "대놓고" 손절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티가 안 나게 조심스럽게, 그 사람이 날 잊어갈 때쯤 은근히 발을 빼는 식이다.
손절을 한 사람이 다시 연락을 해와도 보통은 받아준다. 다만 좀 덜 호의적일 뿐이다. 그렇지만 상대가 그걸 알아차릴리는 만무하다. 나는 원래 사람에게 엄청 호의적이라 오해를 사기도 한다. 마치 강아지가 주인을 반기듯이. 난 오래전부터 내가 전생에 개가 아니었을까 의심하고 있다. 나는 어쩌면 눈치가 없게 보일 수도 있다. 잰 자존심도 없나? 할 수도 있다. 나는 그런 면에서 상당히 뻔뻔한 편이고 내가 차였으면 차였지 누구를 차고는 못 견딜 사람이다. 속으로 나는 저 사람의 이런 면이 싫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저런 면은 좋다.라고 생각해서 누굴 싫어하기도 힘든 성격이다.

그러나,
내가 가장 싫어하는 유형이 있다면 험담 유형. 대화를 시작하다 보면 어느 순간 누군가를 은근히 까고 있거나 내가 알고 싶지 않은 누군가의 사생활에 대해 속속들이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면서 불평을 시작한다. 부정적인 험담은 부정적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즐거웠던 나들이가 불편해지기 시작한다. 이런 대화라면 나는 할 말이 없기 때문에 나를 까기 시작한다. 다른 사람을 까야하는 상황에서 나를 까내리는 것이다. 나 자신은 좀 불상해지고 어쩌면 상대에게 잔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너 그러면 안 돼. 너 자신을 소중히 생각해야지 블라블라블라.

나와 오래된 친구라면 내가 하는 자기 비하가 가벼운 수준의 개그 소재라고 생각하고 웃어넘겼을 텐데. 이런 뒷담화 하는 애들은 대체적으로 오지랖이 넓어서 내가 비하를 하기 시작하면 적극적으로 해결을 해주려고 노력한다. 이 해결책이라는 것은 또 지극히 평범해서 아무 책이나 잡고 읽어도 나와있을 만한 것들이다. 누군가 나에게 그런 식으로 대화를 이어가려고 한다면 피로감이 쌓여 그만두고 싶어 진다.

그러니까 뒷담화는 안 좋은 거. 누구든 아는 사실인데 구체적으로 내가 왜 뒷담화를 싫어하냐
1. 뒷담화를 하기 시작하면 나는 불편하다. "개는 좀 너무 예민하지 않냐"
2. 불편해서 자기 비하를 하기 시작한다. "나도 엄청 예민해, 난 심지어 블라블라~"
3. 듣고 싶지 않은 해결책을 듣는다.

이렇게 마무리되는 패턴이다. 그렇게 친구에게 나의 단점에 대한 해결방안을 실컷 듣고 나면 내 자존감도 낮아지는 기분이다.
실제로 있지도 않은 일이 기정사실화되고, 나처럼 갈대 같은 감정을 가진 사람은 다시 곱씹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자기 비하를 하기 싫기 때문에 뒷담화도 싫다.
뒷담화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누구를 까내리고 내가 높아지고 싶은 심리인 건 알겠는데 혼자 했으면...

꼬리표를 붙이고 싶진 않지만 뒷담화를 하는 사람들이 보통 오지랖이 넓고 선을 잘 넘는다.
친한 사이일 수록 더욱 조심하자는 것이 내 지론인데 친하면 막대하는 사람들이 세상엔 차고 넘친다.
그래서 내가 자꾸 선을 긋게 되는 것 같다.

뒷담화를 하는 사람들은 또 다른 데서
다른 사람과 내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는 점도
께름칙하다. 그러므로 내 정신 건강을 위해서
손절하는 것이 백번 천번 옳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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