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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이민자의 일상

다음 생애도 지금의 배우자와 결혼 하시겠습니까?

by 읽고쓰는사람 2022.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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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뭐래도 예쓰였다. 아기를 낳기 전까지는.


나는 남편의 껌딱지였다.
남편이 퇴근하기만 기다리는 강아지.
꼬리를 흔들며 맞이하는 강아지.
남편이 집에 먼저 와있으면 퇴근길이 설레고
출근길에도 핸드폰으로 남편의 사진을 찾아보던 나.

누가 보면 미쳤다고 할 만큼
10년 연애해도 콩깍지 안 벗겨진다고
사실 콩깍지가 나중에 씌었다. 그래서 가능한 걸지도.
매 순간 소리치고 싶을 정도로 좋았다.
나 너 좋아해라고
껌딱지처럼 딱 붙어있고
귀찮아해도 다시 붙고
그랬다…

과거형이다.
역시 영원한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 것
결혼을 원래 믿지 않았지만 사랑은 믿었다.
불타는 건 아니어도 뜨끈뜨끈 했다.
지금은 미지근해졌다.

그렇다고 남편이 싫어진 것은 아니다.
다만 육아를 하다 보니 좋아하려는 노력을 못했을 뿐이다. 그 전에는 남편을 사랑하기 위해 내가 노력을 해왔던 것 같다. 사랑도 노력이 필요한 거다.
끊임없이 되새기면 그렇게 되는 거다.
말의 힘. 세뇌의 힘이다.
나는 남편을 사랑한다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그러면 정말 남편이 사랑스럽게 보였다.
그럼 나도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사랑에 빠져버린 그 느낌이 좋았던 걸지도 모르지
맨 정신으로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잖아.
맨 정신으로 사는 사람이 있기나 할까?
카페인 에너지 드링크
넘쳐나는 헬창들
아드레날린 덩어리들 나를 살린 건 카페인과 사랑이다.
그가 이상적이었던 건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변하지 않는 바위 같은 사람이라서 항상 한결같은 사람이라 좋았다.

나의 환상이 깨지지 않고 서서히 커져갔던 거지
그는 내게 어떤 충격을 주지 않았으니까
그럴 수 있었다. 충분히 좋은 날들이었다.

육아 시작 후 정신이 들었다.
카페인은 여전했지만 사랑에 흠뻑 빠져있던 환상 속에서 깨어나 버렸네. 결국 내 사랑도 별다를 바 없었지
우리 사이도 실은 내 생각만큼 특별한 건 아닐지도
그래도 특별하다고 믿고 살아야지

미지근한 사이로 살아가는 부부들이 많은데
나라고 뭐 다를까
결혼은 역시 미친 짓이다.
다시 태어나도 같은 배우자와 결혼하시겠습니까
라는 질문에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답하겠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아가 없인 엄마 못살지
엄마가 된다는 것은 사랑과 책임감이 합치되는 것
찐한 핑크빛 사랑 같은 거 아니고
연분홍 정도랄까
책임감은 왜 모든 흥분을 죽이는 걸까
책임진다는 건 여전히 힘들다.
그냥 마냥 좋던 신혼과는 다른 사이
책임감이 느껴진다.
우리는 좀 더 어른이 되어야 한다.
아니지 당신은 이미 어른이니
나만 좀 더 크면 되는 거야.

나이에 맞는 애정표현이 필요한 시기가 온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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