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경이롭다. 우리가 예측하지 못하기 때문에 더욱
겸허해질 수밖에 없는 삶.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보이는 누군가의 삶 속에도 강풍이 들이닥칠 때가 있다는 것이다. 조태호 작가님의 책을 읽으며 내가 잊고 살았던 가치들을 일깨울 수 있었다.
오늘 하루는 그 누군가가 그토록 원하던 시간이었을 수도 있다. 내가 불평불만을 하며 사랑하는 이에게 상처를 준 시간들이 후회스럽게 느껴졌다. 하지만 왜 우리는 닥치지 않으면 모르는 것일까.
오히려 힘든 상황에서 인간은 힘을 낸다. 난 오히려 평탄한 길에서 길을 잃어버리는 사람이다. 지금까지 힘든 상황 속에서는 어떻게든 목적지를 향해 가고자 했다.
아기를 가지기 전이 그랬다. 평온한 순간을 즐기고 있었으나 삶의 목적을 잃어버린 기분. 작가님의 꿈처럼
큰 세상으로 가는 것. 나도 한 때는 그런 걸 꿈꿨던 것 같다. 하지만 언제까지 커질 것인가. 나는 어느 순간부터 커지길 거부했다. 작은 시골 동네의 여유를 알아버린 뒤로는. 변하고 싶지 않았고 내가 그동안 찾아 헤맨 행복은 바로 내 옆에 있었다. 어디를 간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었다.
나도 한 때는 열렬한 기독교 신자였으므로
작가의 마음에 동감하며 읽었다. 당신의 이유는?
내가 그렇게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가 확실하다면 가치로운 삶일 것이다.
나는 더 이상 신을 믿지 않고
내게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을
그저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으려 했다. 그렇지만 나의 삶을 오랫동안 이끌어 준 나의 아버지를 더 이상 믿지 않기로 결정한 이후, 사건은 그저 사건일 뿐 내게 어떤 큰 의미를 주지 않는다.
작가님의 삶은 그야말로 놀람의 연속이었다.
에세이를 보며 이렇게 뒷이야기가 궁금해지긴 처음이었다. 삶이란 이렇게 재미있고 예측 불가능한 것이라는 걸 나는 잊고 살았다.
이십 대의 나는 도전을 즐기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수많은 도전 속에 성취 속에 난 무엇을 얻었을까.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으나 사실 노력이 배신당하는 상황은 무수히 많다. 작가님의 삶만 봐도 그렇다. 이력서를 돌리는 일. 그것은 노력이다. 내 노력을 모두가 존중해주고 인정해줄 거라는 건 착각이다.
뚜렷한 결과가 없는 노력이 얼마나 무시받는지
한국 사회는 더 그렇다. 10년 고시 공부하다가 낙방한 사람에게 대단하다 존경스럽다 노력이 가상하다고 말하는 사람보다 한심하고 미련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더욱 많은 잔인한 한국 사회.
한국에서 자라면서 노력 그 자체는 중요한 것이다.
결과가 좋지 않으면 내 노력은 안 한 거나 마찬가지로 평가된다. 그러나 나 자신은 알 것이다. 제대로 했다면 성장할 것이다.
나와 같이 불안과 강박이 심한 사람. 특히 예민한 사람은 작가님처럼 살긴 힘들다. 나는 지독하게도 예민했으나 보통 사람들보다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라 에너지로 커버하며 살았던 것 같다.
작가님의 신념에 박수를 보낸다. 감동적인 이야기였을 뿐만 아니라 재미있었다. 일본에서 살며 겪은 일련의 사건들. 이유 없이 일어나는 인생의 풍파를 지혜롭고 현명하게 대처한 작가님이 멋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항상 이유 없이 일어나는 일들에 쉽게 좌절하고
지나치게 슬퍼했고 우울했던 것 같다. 그러다 상황을 회피하고 도망하는 거. 도망치고 다시 안 돌아가는 거 보면 잘 도망한 것 같다고 생각한다.
출산 이후에 육아와 관련된 책만 읽다가 작가님의 책을
만나서 좋았다. 재밌게 술술 읽혔다. 한 편의 소설을 보는 것 같았는데 실제 겪었던 일이라 더 감동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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