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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소감 김혼비 산문집 / 다정다감한 친구와 신나게 수다를 떨고 싶다면 추천!

by 읽고쓰는사람 2022.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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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다감 아니고 다정소감

김혼비 작가의 책은 처음 읽어보지만 첫 페이지를 읽고
왜 이 책을 이제야 읽었을까
왜 작가님을 이제야 알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문장 문장에 작가님의 노고와 정성이 느껴져서
독자인 나도 천천히 읽어내려갈 수 밖에 없었다.
속독에 자신이 있지만 이 책을 빨리 읽어버리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평소에 내가 하고 있던 생각들과 결이 비슷하지만
단순히 질문과 확신에서 끝나버렸던 나의 고뇌와는
다르게 작가님은 한 두 발자국을 더 걸어가서
삽으로 깊이 바닥이 나올 때까지 파고 내려가
밑바닥을 다 본 느낌이었다.

나도 남녀차별적인 단어에는 신경을 썼다고 생각하지만 남녀노소라는 단어를 바꿔봐야겠다는 생각까지는
하지 못했다. 벙어리 장갑도 마찬가지다.

M이라는 친구와의 에피소드가 유독 슬프게 다가왔다.
나 또한 학창시절에 책임도 못질 호의를 내밀었던 적이 있었나 생각해봤는데 심각하게 많았다.
은근히 따돌림을 당하던 친구
그 친구가 외로울까 친절의 말을 아주 가끔
건내곤 하였지만 막상 나는 다른 친한 친구들과의
관계를 훨씬 중요시했고 항상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던 그 친구는 나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책임지지 못할 호의
혹시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희망을 줘서
오히려 그녀의 평화로운 세계에 돌을 던진 건
아니었을까. 그게 좋은 의도 였다고 해도
지속할 힘이 없다면 불필요한 희망을 줘서도
안되는 것 같기도 하다.

어떤 책들은 더 오래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한다는
작가님의 생각에 100%수긍했다.
세상이 그나마 살만한 이유는 책과 영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가상의 세계이지만 현실을 반영한 그 곳에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보면
어느순간 하루가 지나가 버리니까
가끔 너무 지루한 순간들이 있다.

책을 읽고나서 작가가 누군지 대략 이력만 보고
마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엔 작가님이 어떻게 생겼을까
남편은 누굴까 하는 호기심이 생겨서 이것저것
캐보려 했지만 잘 안됐다.
내가 아는 누구와 참 닮아있어서
읽은 동안 언니의 빈자리가 너무 생각이 났다.

언니는 많이 아프다.
연락하는 것도 누가 될까
고민을 고민을 하는데 그마저도
닿지 않아서 나를 되돌아보게 된다.

내가 혹시 상처를 줬을까.

친하다고 생각해서 내가 너무 솔직한 내 감정을
쏟아내서 힘들었을까 싶기도 했다.
나의 무덤덤한 태도가 문제였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해도 결론은 나지 않았다.
이 책을 읽으며 세상엔 정말 섬세하고 다정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다시 느낀다.
회피성향이 짙은 내게 누군가를 위해
한 발자국을 더 간다는 건 참 힘들고 귀찮은 일이지만
어쩌면 그 한 발자국이 좋은 사람과 관계를
오래오래 유지하는 방법임을 알아간다.

상대방이 부담을 느끼지 않는 선에서
마음껏 베풀 줄 아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올해는 그것을 목표로 삼아 노력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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