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결혼을 미뤘다. 결혼은 반드시 내가 죽도록 사랑하는 사람과 할 거라고. 내 사랑에 전혀 의심이 들지 않을 때 할 것이라고.
그땐 몰랐다. 나는 안전한 선택을 했다. 절대 나를 떠나지 않을 사람. 아니 떠나지 못할 사람이 맞겠지.
그를 보고 한눈에 알았다. 너무 외로운 사람이라는 것을. 그에게 온기를 주고 싶었다.
냉기가 흐르는 그의 얼굴이 웃음이 스며들기를.
나는 가끔 나보다 타인을 지나치게 배려한다.
그의 외로움이 내 외로움이 되는 건지도 모르고.
안정을 꿈꿨다. 그렇게 날아가길 원했으면서도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공격받지 않기를 바랐다.
나보다 훨씬 아름다운 새들을 피해 안전한 둥지를 찾았다고 생각했다. 나를 제일 소중하게 생각해 줄 사람.
사랑은 아름답고 아름답고 또 아름답지만
그 사이엔 피의 강물이 흐른다. 흐르다 멎고 흐르다 멎는다. 붉은빛이 나는 그 강물을 어찌 아름답지 않다 할 수 있을까. 나는 내 사랑에 온전히 몰두했다.
내게 상처를 줄 수 있는 건 그뿐이다. 나는 다른 사람이 내게 어떻게 하든 크게 상처받지 않는다. 다른 이들의 마음은 안중에도 없다고 말하면 이기적일까? 지혜로운 걸까?
가슴이 찢어졌고 피가 흐르고 다시 굳고 반복한 후
지금은 피가 굳어 더 이상 흐르지 않는다.
왜일까 내가 나이가 먹어서 그런 걸까
우리 사랑은 그 자리에 있다. 적어도 남들이 보기엔
아무런 문제는 없다. 사랑을 다시 정의하는 내가 있을 뿐. 특별함이 사라지고 평범한 가족이 되어버린 나와 그가 있다.
안정을 찾다 보니 가끔 큰 마음을 놓친 것 같다.
큰 마음은 대체 어디로 갔을까
다정한 말들은 사실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았는데
사랑은 눈을 멀고 귀를 멀게 한다.
그가 준 온기가 아니라 알고 보니 내가 다 만들어낸 불꽃이었던 것 같다.
불꽃을 튀긴 것도 나고 피를 흘린 것도 나다.
아기를 낳고 기르며 사랑이 어떤 건지
다시 깨닫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믿었던 사랑이 얼마나 얄팍한 것이었는지도.
자유와 사랑은 가끔 상충된다. 나를 자유롭게 하는 게 그일 때도 있지만 나를 억압하는 것도 그였다.
어떤 자유는 너무 위험해서 나를 해할 수도 있다.
나는 두려웠다. 지나친 자유가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
날 안전하게 지켜준다 믿었던 지붕은 미동도 없다.
가끔은 날아가고 싶단 생각이 든다. 저 위엔 날 진정 아끼고 사랑해 주는. 나에게 다정한 말들을 해주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는 망상. 지붕을 열기 전엔 아무도 모른다.
공격을 받을 때마다 나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나는 무너지지 않을 거야.
나는 어떤 일이 있어도 나 자신을 지킬 것이다.
행복이 왔다가도 차가운 말 한마디에 내 마음은 얼어붙었다.
지나치게 높은 기준임을 안다. 인생에서 특별한 것을 원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나와 너만이 알 수 있는 특별함. 어떤 사람은 생각이 너무 많은 반면 어떤 이는 복잡한 생각을 하지 않는다. 결국, 그 둘은 소통이 안 되는 것이다.
나를 항상 사랑해 주고 아껴주고 응원해 주는 누군가.
그건 엄마 만이 가능해
엄마라는 이름으로는 충분히 가능하다.
나는 내 목숨을 바칠 만큼 내 아이를 사랑하니까
아무리 많이 사랑한다고 말해도 부족해
그렇지만 느낄 때마다 말해줄 거야.
네가 항상 내 사랑을 느낄 수 있게.
진정한 안정은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다정한 말 한마디를 잊지 않을 거야
고통 속에서 사람을 일으키는 건
진심 어린 사랑 그리고 다정한 말 한마디.
주고 주고 또 줘도 화수분처럼 차오르는 사랑의 마음.
나는 그런 사람. 사랑이 넘치는 사람.
그러나 가끔은 사랑을 받고 싶은 사람.
다정한 말 한마디가 필요한 사람.
그게 나야. 그게 모든 걸 특별하게 만드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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