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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이민자의 일상

중고 물건에 대한 남편과 나의 첨예한 대립/ 성격 차이가 심한 부부

by 읽고쓰는사람 2022. 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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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단도직입적으로 중고 러버이다. 캐나다와서도
Thrift store를 좋아해서 주기적으로 들르는 사람이다. 일단 새것을 사는 것보다 중고가 환경에 좋을 것 같아서이고 새것을 사서 중고로 팔 때 가격이 싸지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좋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남편은 지금의 집을 산 후로 가구 등 모든 것을 새것만 고집한다. 한 번은 내 고집으로 중고 가구를 들였다가 엄청난 후폭풍을 맛봐야 했다.

그건 이케아 화장대였는데 50불에 구매를 해서 나름 잘 샀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남편은 갑자기 그 화장대를 미친 듯이 노려보더니 벌레가 보인다며 기겁을 했다. 내가 봤을 땐 먼지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냥 밖에서 가구를 이동하며 붙은 것 같았는데 이런 가구를 집에 들일 수 없으니 버리면 안 되겠냐는 것이다.

나는 무지 화가 났다. 아니 말도 안 되는 소리지 않은가 방금 50불에 사 온 가구를 그냥 버린다고? 캐나다는 심지어 가구를 버릴 때 돈을 내야 한다. 그 말은 50불 플러스 알파를 그냥 버리게 되는 것.

내가 감정에 못 이겨 화를 내자 남편은 그럼 소독이라도 하자며 엄청 독한 살충제를 온 가구에 뿌렸다.
그리고 밖에 하루 동안 두고 그것을 다시 검은 봉지에 싸서 엄청 햇볕이 쨍한 날 하루 종일 말렸다.

독한 살충제 때문에 나는 눈이 따가울 지경이었다.
다시는 중고 가구를 들이지 않겠다고 다짐 또 다짐했다. 이럴 거면 그냥 새것을 사는 게 훨씬 나은 게
나와 남편의 노동력이 어마어마하게 들었다.
특히 심각한 벌레 포비아인 남편의 노동력.
가구를 다 분리하고 살충제를 뿌리고
그걸 다시 물티슈로 닦고 말리고
난 이제 그 화장대에 오만정이 떨어져 버렸다.

남편에게 울면서 얘기했다.
자기랑 살기가 너무 힘들다고

우리는 정말 성격이 너무나 달라서 한 명이 져주거나 양보하지 않으면 안 되는 부부다.
그전에는 둥글둥글한 성격인 내가 남편에게 맞추곤 했는데 나도 육아를 하다 보니 엄청 날카로워진 상태라
싸움이 나면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진짜 그 일 이후엔 혼자 아가를 데리고 나가야 되나
심각하게 고민했다. 평생 중고를 못 사게 되는 건가
내가 이렇게 양보하며 사는 게 맞나
별의별 생각이 다 드는 것이다.

결혼 전엔 남편의 이런 철두철미함이 매력으로 다가왔다. 내가 가지지 못한 부분이라 내 단점을 잘 메워줄 거라 생각한 것이다. 성격이 너무 다르면 나 혹은 상대가 포기해야 하는 부분이 생기므로 둘 다 행복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은 누가 연애상담을 해오면 무조건 비슷한 사람과 만나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반대는 끌린다. 반대가 끌리는 건 왜일까
나름 자존감이 높다고 생각하는 나도
나와 닮은 사람에게는 매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처음엔 급속도로 친해지다가 어느 순간 친구가 되어버리고 흐지부지한 사이가 돼버린다. 연인이 되더라도 오래 못가 헤어지는 사이가 되기 일쑤였다.

중고가 주는 기쁨을 평생 누리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슬프다. 평생 제값 주고 사야 하는 건가 돈을 많이 벌어야 하는 건가 생각이 깊어진다.

한바탕을 다투고 남편과 깊은 대화를 시도했다.
나는 그럼 평생을 이렇게 오빠한테 맞춰야 하는 거네?
라고 하자 오빠는 이게 나쁜 건 아니잖아 나중에 중고 샀다가 집에 벌레 다 퍼지면 어떻게 하는 것이다.
듣는데 사실 그 말이 틀린 말은 아니라서 더 짜증이 난다. 나도 벌레를 싫어하기에 집에 벌레가 퍼지는 것은 싫다. 하지만 남편은 정도가 심각하다. 그러고 나한테
나라면 이렇게 열심히 닦아주고 하면 좋을 것 같은데 라는 것이다.

나라면~ 그럴 텐데

성격이 다르면 이 부분에서 심각한 오류가 생긴다.
나라면 ~ 이걸 좋아할 것 같아서 해주는 데
상대는 아무 감흥이 없는 것이다.
성격이 비슷하다면 감동을 느끼겠으나
나는 남편이 내 중고 화장대를 닦고 하는 게
탐탁지가 않고 문제는 나한테도 같이 하자고 하는 것.

나는 그냥 적당히 하고 싶은데 남편은 세스코 뺨치는 정도로 해야지 적당한 것이다.

하하하 적당히 하는 말은 누가 지은 것일까
너무 애매모호한 말이다.
내게 적당한 것이
다른 사람에게 적당하지 않을 수 있다.

솔 메이트라는 말은 성격이 비슷한 부부에게
통하는 말인 것 같다.

다음 생이 있다면 성격이 비슷한 사람에게 끌리는
사람으로 태어나서 편하게 살고 싶은데
그런 부부는 거의 보지 못했다.
다들 살다 보면 다른 면에 분노하며 사는 걸까
어디 나뿐만 그럴까 싶다.

육아하니까 호르몬이 더 폭발해 그런가
한번 분노하면 사그라들지 않고 화병이 난다.
나 정말 화를 잘 안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소한 것에 분노하게 된다.
모든 육아맘들 파이팅
성격 차이로 고생하는 부부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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