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한 창 할 때 임신 중이라 태교에 안 좋을 것 같아 보지 않았다. 다들 엄청 잔인하다고 하고 주변에 물어보니 안 보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하시더라.
역시 지금 다시 보니 잔인하긴 했다. 나는 그 어떤 시체보다 떨어져서 죽은 게 제일 보기 힘들다.
오징어게임 초반엔 흥미진진하다. 나도 엄청 몰입해서 보았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볼 땐 긴장감이 최고조였다. 그러나 점점 캐릭터에 문제가 드러난다.
주인공 성기훈 캐릭터가 가장 문제인 것 같다. 진짜 저런 사람이 있을까? 성기훈은 제대로 된 일도 하지 않고 노모의 돈을 가로채고 딸 선물 줄 돈으로 노름하는 사람이다. 이런 악인을 좋게 포장하려고 하다 보니 비현실적인 인간이 되었다. 차라리 돈을 위해 뭐든 하는 캐릭터가 나을 뻔했다. 오징어 게임 막판에 가서 돈을 포기하겠다는 건 뭘까? 감정선을 따라가기가 너무 힘들다.
저 상황에 왜 돈을 포기하며 돈을 포기한다고 해도
명예로운 것도 아니다. 노인을 속였던 것도 맞다.
처음에 참가해서 사람들이 개죽음을 당하는 것을 보고도 결국 다시 참가한 성기훈은 다른 참가자들과 다를까?
오징어 게임은 원래 피도 눈물도 없는 게임이다. 그런 상황에 누구를 챙긴다고 해서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걸까? 생존을 위한 게임에 왜 착한 사람이 되려고 할까.
성기훈은 그런 마인드로 마지막까지 갔다. 순전히 운빨이었다.
공정한 게임이라고 중간에 나오는데 코웃음을 칠 수밖에 없었다. 지구상에 공정한 게임이란 없다. 오징어 게임은 하나같이 힘이 세면 유리하거나 운게임. 게다가 온갖 편법들로 가득 차 있다. 한미녀는 라이터를 가져왔고 새벽도 칼을 가져왔다. 한미녀가 미끄럼틀 밑에서 하는 짓을 왜 모르는 거지 엄청 수상한데…
치밀한 척하는데 전혀 아니다. 이 시스템을 전혀 모르는 경찰이 잠입했는데 안 걸리는 것도 좀 이상하고.
수상한 것 투성이인데 왜 안걸리지? 시시티브이로 확인하면 머리가 다른 게 티가 나는데.
저런 게임이 실제로 이루어진다면 보안이 생명일 텐데
심지어 수십 년간 해 온 게임인데 저렇게 보안이 허술하다는 것도 황당하다.
69 드립이나 해대는 VIP들의 대사는 너무 오글거리고
제일 인류애를 상실한 부분. 저질스럽다.
이병헌은 우승했으면 그냥 상금 가지고 잘 살지 왜 여기서 vip 비위를 맞추고 있는지 모르겠고.
대사도 와닿는 게 많이 없었다. 성기훈 빼고 다른 캐릭터 다 일차원적이다. 씨팔이라고 욕하면 깡패가 되는 걸까? 하나같이 다 밉상스럽고 애정이 가지 않았다.
그나마 탈북한 여성 캐릭터 새벽을 응원했으나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죽어버리고. 새벽이 악바리처럼 싸워서 이겼으면 정말 재밌는 결말이었을 텐데 아쉽다.
주인공이 답답이인 게 가장 문제다. 성기훈 캐릭터는 모순 덩어리에 진정으로 가족에게 잘하지 못하면서 인정은 많은 척하는 게 가증스럽다. 끝까지 착한 사람 코스프레…
인생이 재미없어서 그런 일을 했다는 일남. 같이 게임을 해서 좋았다며 그냥 게임 같이 해달라고 하고 돈 주면 되잖아. 굳이 큰돈 들여서 사람 죽이는 서바이벌을 할 필요가 있나.
그냥 나 평생 사람 죽이는 게 꿈이었다고
사이코 패스였다고 고백하는 게 나았을 뻔
그냥 세트장 만들어서 같이 게임해주는 사람들 돈 주면 훨씬 오래오래 재밌게 하겠구만.
일남 할아버지가 사이코 패스라고 그냥 해도
그거에 왜 성기훈은 분노하는 거지?
그렇게 될 줄 알고 참가한 거면서.
그게 오징어 게임의 룰인데 뭘 바란 건지도 모르겠다.
한국 콘텐츠가 열광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킨 건 대단한 일이다. 이 시리즈를 다 보기 전엔 누가 오징어게임 이야기를 하면 자랑스러웠다. 그러나 다 보고 난 후
자랑스러워할 일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사실 기대를 많이 해서 실망이 큰 것 같기도 하다.
종이의 집이랑 비슷한 느낌이다. 인기작이지만 내 취향은 아닌 넷플릭스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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