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은 항상 사소한 부분에서 시작된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지 라는 생각뿐
의자에 떨어진 부스러기를 바닥에 떨어뜨린 거
어차피 더러운 바닥에 부스러기 떨어진 게 그렇게
잘못한 건가.
강박이 있는 남편에게는 엄청나게 큰 일이었나 보다. 아니 어차피 거실 청소기 밀어야 한다고.
남편은 이해가 안 된다는 눈으로 날 쳐다보고
왜 그렇게 한 거냐고 물었지만
나는 할 말이 없었다. 별생각 없이 한 거니까.
난 생각보다 행동이 먼저 나가는 그런 사람이니까
의자에 부스러기를 보고 무의식적으로 바닥에
털어버린 것이다.
남편은 나 때문에 청소를 다시 해야 한다고
그러나 이미 거실 바닥은 더러웠다.
내 기준에서 얘기지만
어쨌든 다른 부부들은 모르겠지만
우린 이런 사소한 걸로 싸우고 다툰다.
생각해 보니 웃기네
그걸로 싸우고 몇 시간째 얘기하지 않고 있는 우리가.
이런 걸로 남편 눈치를 보고 싶지 않다.
나의 침묵시위의 의미를 알기나 할까.
모를 것이다.
아마 이번에도 내가 침묵시위를 하고 있었다는 걸 까먹고 말을 걸겠지. 그렇게 다시 자연스럽게
우리 사이는 이어지겠지.
싸운 사람과 손절하지 못하고
계속 얼굴 보며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싱글들은 모를 것이다.
싱글들이 부러운 날들이 있다.
하지만 또 집에 오면 토끼같이 귀여운 자식이
나를 바라보고 동그란 눈을 굴리는 순간을
싱글들은 모르겠지.
장점만 바라보며 사는 게 현명하다.
왜 가지지 못한 것을 생각하며 스스로를 괴롭히니.
싱글라이프는 갔다.
싸우고 매일 지지고 볶는 남편이 있고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딸내미가 있다.
그걸로 행복하다.
아니 행복하다고 세뇌시켜 보자 😂
그렇게 지지고 볶아도
헤어지고 싶지 않은 한 사람이 있다.
난 내가 혐오하는 사람과는 하루도 못살아.
난 여전히 그를 사랑하고 그도 나를 사랑한다.
그 사실엔 변함이 없겠지.
가족이 그런 것 같다.
날 제일 슬프게 하고 제일 불행하게 만들다가도
날 제일 행복하고 기쁘게 만들어주는 것
완벽한 가족이란 없다.
서로 포기하지 않는 가족이 있을 뿐
완벽한 사람도 없다. 강박증 있는 사람과는 이혼이 낫다고 더 이상 못살겠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다른 사람에게 없는 장점들을 바라보며 살아간다.
보석 같은 그의 장점들
가정적이고 성실하고 가부장적이지 않고
술도 안 먹고 담배도 안 피고 건강한 신체를 가진 사람
너무 많이 바라지 말자
나도 완벽하지 않으니까
강박 없는 사람 있나?
나도 이상한 데 고집부릴 때 있으니 용서해야지
왜 남편이 의기소침해져 있으면
나도 마음이 안 좋은지 참... 이런 게 부부인가
드디어 우리도 부부가 되어가는 건가 싶다.
남편 성격에 먼저 말 걸고 싶어도 힘들 것이고
내가 가서 또 모른척하고 말을 걸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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