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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브다니의 여름휴가 : 진정한 나로 돌아가는 길

by 읽고쓰는사람 2023.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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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브다니의 여름 휴가.

청량한 파란 표지의 책이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여름휴가 얼마나 멋진말인가. 육아로 인해 가지 못했던 휴가.

표지만 보고 선택했지만 역시 나는 책을 고르는 안목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많이 읽다보니 표지만 보고도 대충 가려내는 스킬(?)이 생겼다)

김초엽 작가를 알게되어 기쁘다.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처음부터 흥미진진하게 시작한다.

친한 언니에게 이야기하듯 시작하는 이 소설은 처음부터 궁금증을 자극했다.
한시간 반 정도 듣다보니 순삭된 시간.
덕분에 육아가 그리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랜만에 재밌게 읽은 소설. 원래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는데

소설이 주는 해방감이 좋다. 영화랑 비슷한 느낌인데 소설은 좀 더 여운이 오래가는 기분이다. 


녹슬고 싶었던 한 안드로이드 로봇의 이야기
로봇은 인간이 되고 싶을 거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모든 사람들이 부자가 되기를 원한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모든 사람들이 출세 성공등을 원한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안드로이드 로봇인 수브다니.

겉모습은 완전 인간과 비슷한 인간화된 로봇이다.

의뢰서에 금속피부를 얻고 싶다고. 금속종류는 무관하나

물이나 산성물질에 대한 내구도가 높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이다. 

금속처럼 보이거나 흉내낸 피부는 원하지 않았다. 반드시 금속이어야 했다. 

그의 타협할 수 없는 조건 때문에 사장은 계속 거절했지만 수브다니의 요청은 계속 되었다.
그의 원래 이름은 최수안, 안드로이드 로봇으로 만들어졌으나 인간 남상아의 눈에 띄어 같이 작업을 했었다고 한다. 

그 둘은 연인 관계가 되었고 최수안은 인간화 시술을 했고, 결혼을 했다. 그러나 사랑은 오래가지 못했다.
몇년 후 이혼했다는 소실.

 

최수안은 인간화시술이 고통스러웠다고 고백하고, 남상아는 최수안이 원했다는 말을 한다. 

남상아와 그가 같이 만든 작품들도 대부분 최수안의 기여도가 컸다고.

하지만 남상아는 최수안은 안드로이드 로봇 치고는 잘 한 거지만 인간의 오리지널리티는 따라갈 수 없다는 말로 반박한다. 

최수안은 그말에 상처를 받았으리라 짐작한다. 

최수안(스부다니)는 남상아의 작품을 모두 부수어 어깨장식으로 써버렸다.

어쩌면 스부다니는 자기의 존재 이유를 찾고 싶었던 것이다. 남상아의 부속품이 아니라. 

그가 만든 작품을 다시 회수하여 당당히 예술가로 우뚝 서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수브다니가 녹슬고 싶어한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그가 인간의 형태로 바뀐 후 남은 그의 동료 로봇의 조각들은
바닷물과 태양빛을 만나 녹이 슬었다.
그의 일부였던 조각들을 이어서 그의 몸에 연결하고
그도 그 사이에 누워 완성된 작품.
그는 그 조각들을 그리워한 걸지도 모른다.
그는 변화했지만 그는 변화를 원치 않았던 걸지도 모르겠다.

그는 그 자체로 좋았던 것이다. 그는 안드로이드 로봇으로, 사이보그의 정체성을 잃기 싫었던 거다.

그는 결코 인간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으며, 녹이 슨 동료 로봇과 자신을 동일하게 생각한 것이다. 

여름 휴가를 가고 싶다고 한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과 달리 로봇은 피로감을 느끼지 않는다. 평생 살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수브다니는 연인이 죽은 후에 자기도 죽고 싶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사라지지 못한 다는 건 평생 안 좋은 기억을 안고 살아야한다는 것이다. 영생이 결코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끊임없이 마주하는 삶.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계속 느껴야 하는 것이다.

그는 로봇으로서의 정체성을 찾고 녹이 슬 때까지 쉬고 싶었던 걸지도.
그의 연인 처럼 죽어버리지는 못해도 적어도 녹이 슬며 마음을 달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본 모습을 찾고 여름 휴가를 만끽하는 수브다니

진정한 해피엔딩이다.

여름 휴가를 가면 나도 내 정체성을 좀 찾을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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