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위에 오래 남아있는 사람들이 좋다.
함께 2021년을 살고 있는 친구들
같은 해에 태어나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했다.
한때는 질투도 하고 부러워한 적도 많지만
이제는 우리 각자 자기의 연장을 가지고
길을 닦아왔으니 얼마나 기특한 일이냐
자갈을 긁어내고 흙을 쌓아올려
내 등어리가 편해지니 네 생각이 난다.
돌뿌리에 걸려 넘어지길 반복할 때는
미안하지만 생각하지 못했다.
너도 그땐 넘어졌을테니까
멍이 들때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편이 좋다.
널 생각하면 더 비참하질테니까
우리는 비슷해서 자주 마주보고 울었지
그땐 우리가 지옥에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아름다운 시절이었지
굴러가는 나뭇잎을 보며 신나게 웃어째꼈던
우리는 스스로가 보잘 것 없고 하찮다 생각했지만
그때야 말로 제일 싱그러운 새싹이었다.
바람이 불어오면 나뭇가지 사이로 쨍하게 비추는
햇살처럼 강렬한 젊음이었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우리는 여전히 고등학교 운동장 계단에 머물러있다.
가물가물한 기억들을 하나씩 건져올리며
꺼이꺼이 웃는다.
기억의 조각들이 맞춰질 때 비로소 나와 너는
다시 영혼의 단짝으로 돌아간다.
네 슬픈 표정이 아직도 떠올라
나보다 더 부드러운 화초가 너였다.
우리는 같은 방법으로 방어벽을 쳤다.
강하고 터프한 저음의 목소리로
열심히 소리치고 반항했다.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알아주는 사람
나의 마음을 너는 귀신같이 잘 알았다.
나도 네가 아무리 돌려 말해도
네 말의 의도를 정확히 알 수 있었다.
그땐 몰랐지. 우린 서로에게 물을 주고 있었다는 걸
젊음의 강렬한 빛에 말라갈 때 즈음
우린 그늘 아래서 물을 마셨다.
수돗가에서 물장난을 하면서
서로를 살리고 있었던 것이다.
고마워
나를 살려줘서
지금까지 살아있어줘서 고마워
울퉁불퉁한 시절의 나를 기억해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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